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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스하우스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교수님께 쓴 글 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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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능을 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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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경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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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 경은이에요. 전에도 한 번 방문하고 남겼는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득히 전이네요. 그때 고등학교 막 입학한 1학년이라 기숙사 생활에 적응이 안 되고 한참 힘들어 했는데 지금은 3학년이 되어 수능도 치고 나름 시간을 보내는 중이에요. 거기는 여전히 변함 없이 흘러 가네요. 지금쯤이면 4개월 하는 애들이 올 때일까요?

우선 제 근황을 조금 전합니다. 저는 방금 말했듯이 수능을 쳤어요. 사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봤다고 할 수는 없고 만족스럽지도 않지만 끝났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기만 합니다 아직은 ㅋㅋ 후회도 조금 남는데 저는 원래부터 수시였거든요 그래서 수능을 크게 긴장하고 본 것도 아니고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아서 아직은 별 생각이 없어요. 이전에 글 남겼을 때 교수님께서 해외로 나가라고 하셨잖아요. 작년 2학년 때 진지하게 해외 진학을 고려해 봤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부모님의 반대와 현실적인 이유로 좌절되었어요. 그래서 대학교에 가면 꼭 해외로 나갈 길을 찾아 봐야지 생각 중이에요. 저는 사실 교대가 가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이죠. 한국에 돌아와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진로 희망도 숱하게 변했고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러면서 찾게 된 진로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어요. 3년 동안 학생부 종합 전형에 맞춰 생활기록부를 관련 활동과 내용으로 빼곡하게 채우고 3학년 1학기까지 모든 내신이 끝나고는 자기소개서를 준비했어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교대도 입학 문턱이 높은 편이거든요. 문과에서 갈 수 있는 특수 대학 중 높은 쪽이죠. 결론은 잘 안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특목고니까 내신이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낮은데 요즘 한국 분위기가 특목고 폐지가 아주 가열된 상황이라... 특목고 자사고 선발 비율이 높은 대학에 감사도 들어가고 모든 특목고 재심사도 하는 추세예요. 아직 끝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길이 실패로 맺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고 아쉬워요.

총 세 번을 갔었잖아요, 제가. 사실 있을 동안은 즐거운 날도 많았지만 힘든 게 컸어요. 항상 한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고대했죠. 그런데 막상 돌이켜보니 그때가 그립고, 가고 싶고 그래요. 늘 대학생 되면 놀러 오라고 하셨는데 정말 대학에 갈 순간이 되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제가 다니는 학교는 기숙사 학교였어요. 전교생이 기숙사에 살고, 과제도 많고, 일정이 빡세고, 규정이 세고. 그래서 저는 늘 힘들었는데 스스로 이런 주문도 외웠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도 킴스 하우스에서 더 잘 버텼는데 왜 고딩이나 되어서 이걸 못 한다고 징징거릴까.' 사람이 참 간사한 것 같아요. 공부하라고 책상에 떠밀긴 해도 안 하는 학생을 강제적으로 하게 하는 수단이 없으니 모든 환경이 마련되어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또 요즘 일반고등학교는 야자도 안 하고 뭐든 자율화 하는 추세라 더욱 상대적으로 열악하게 느껴진 점도 없잖아 있어요. 말하고 보니 부끄럽지만 또 지나고 보니 이것도 신기한 추억이 될 것도 같아요. 추억이 미화되는 법이라 그런 걸까요?

사설이 길어졌는데 하고 싶던 말은 많이 그립고, 많이 보고 싶다는 거예요. 이걸 쓰기 전에 사이트를 한 번 쓱 훑어 봤어요. 제가 전에 썼던 글들도 한 번 읽고, 조기마감 되었다는 겨울연수 모집 글도 읽어 봤어요. 여전히 거기 아이들은 잘 지내나요? 당연히 이제쯤 제가 아는 애들은 없겠지만 그 공간에 같은 걸 하고 있을 아이들이 떠오르니 신기하네요. 집은 옮겼다 들었는데 궁금해요. 강아지 두 마리는 아직 잘 있나요? 루루랑 캔디였던가요? 사이트 로그인을 하니 가입일이 2522일이라는데 일 년이 365일인 걸 생각하면 지난 7년이 정말 지났구나 싶어요.

저는 새로운 취미를 찾았어요. 중학교 때는 배드민턴을 매일 했고, 고등학교 때는 글을 썼어요. 부끄럽지만 제가 쓴 글을 어디에 올려 돈도 조금 벌어 봤어요. 힘들 때는 책을 많이 읽었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또 글을 썼어요. 최근에는 탁구가 해 보고 싶어서 수능도 끝난 김에 배우려 해요. 저는 30일에 두바이랑 방콕으로 여행을 떠나요. 일주일 정도 다녀오는데 그 이후에 탁구를 배우는 곳을 찾아 보려고요.

너무 제 얘기만 했을까요? 이렇게 보면 널널하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산 것 같네요. 그런 것도 같아요. 제가 살면서 가장 무언가를 열심히 했을 때라면 아마 킴스하우스에서 단어랑 문장을 외웠을 때겠어요. 그만큼 한국에 와서는 뭘 열정적으로나 열심히 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셨을 수도 있겠어요. 사실 저는 대학에 크게 미련이 없고 공부에도 관심이 별로 없어요. 못한다는 소리는 아니에요 ㅋㅋ 수시 카드가 두 장 남았는데 서울 상위권 대학이에요. 학교에서는 나름 전교권이라 고려대 학교 추천도 받았답니다. 자랑으로 보인다면 귀엽게 넘겨 주세요. 저는 여기에 킴스하우스 덕이 크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작년에는 꼭 대학을 가야 할까 많이 생각했어요. 일종의 방황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 입시제도를 정면에서 적나라하게 마주하는 외고생이 그런 고민은 한 번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님과 충돌했고, 부모님의 바람 때문이라도 대학에는 가겠지만 저는 대학에 가서는 좀 더 제 길을 찾고 다듬어 볼 생각이에요. 간간이 소식도 듣고 싶고요, 놀러도 가고 싶어요. 그때는 반겨 주세요.

글이 자꾸만 길어지네요. 순형이는 잘 지내요.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고등학교에 갔어요. 오늘은 모의고사를 치고 있겠네요. 초등학교 3학년 귀엽던 권순형이 키랑 몸만 커서는 까불고 지내요. 순형이는 가장 열심히 놀고 공부를 안 하지만 행복해 보여요. 어디든 잘 적응하는 놈이잖아요. 사회성도 좋고. 어떻게든 잘 살 것 같아요. 요즘은 애가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에 빠져서 내내 그것만 하지만... 자기 인생이니 알아서 하겠죠? ㅋㅋㅋㅋ

제 얘기는 충분히 길게 한 것 같으니 교수님은 답글 쓰실 때 그쪽 얘기 좀 많이 해 주세요. 저는 아침마다 마파야파 2에서 걸어오던 그 길도, 방음이 안 되어 조용조용하게 말해야 했던 저녁시간도, 다 같이 모여서 빡빡이 문법 영상 본 것도 전부 괜찮은 기억인 것 같아요. 물론 스타시티에 가서 놀았을 때만큼 좋았던 때는 없지만... ㅋㅋㅋ 이모는 여전히 잘 지내시나요? 그때는 정말 무서웠는데 생각해 보면 이 정도로라도 산 게 그때 배운 영어 덕분인 것 같아요. 제 영어 실력은 사실 그 이후로 거의 늘지도 않아 정체되어 있어 말씀 드리기 죄송한데요... ㅠㅠ 그래도 다 지나서 뵙는 거니까 예쁘게 봐 주셨음 합니다. 저는 머리를 짧게 잘랐어요. 편하고 좋아요. 언니랑 다니엘은 잘 지내나요? 언니는 대학교에 들어갔을까요? 제가 열아홉이니 이미 충분히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생각하니 도움받은 게 많은데 제대로 감사 인사 전한 적 없어서 지금 대신 전해요. 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제이슨 선생님은 아직 계세요? 저는 제 말이랑 질문만 하고 가는 것 같네요. 또 뵈러 올게요.

감사했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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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교수님님의 댓글

  • 교수님
  • 작성일
그래 경은아, 수능 치뤘다니.. 수고 많았구나. 얼마전에 한국 뉴스보면서 추운 날씨에 수능보는 아이들 보고 "고생많이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다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고, 그리고... 수능이라는 하나의 시험으로 고등학생들의 진로가 결정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서 조금은 잔인하고 또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단다.

그리고 경은이가 쓴 글을... 지금 여기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단다. 너도 잘 알다시피, 지금은 3,4개월 연수가 한창 진행중이란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집생각에 맘 잘 못잡고 있는 아이들도 있거든. 그래서 그런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경은이가 쓴 글과 같이.. 킴스하우스에서 이미 고생하고,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은 아이들이 쓴 글이, 지금 맘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된단다. 경은이도 글을 써봐서 알겠지만, 잘 쓴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도 줄 수 있고, 힘도 줄 수 있고, 눈물도 흘리게 만들 수 있는 것이지.

사실 경은이가 처음 킴스하우스 연수 갈때, 경은이의 얼굴 표정을 교수님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정말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모습었다고 말할 수 있었지. 그래서 그때 교수님도 속으로 많이 걱정했었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열심히 그리고 잘 발전하는 경은이의 모습을 보고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단다. 사실 경은이가 공부를 아주 잘하는 아이라는 것을 그때 나도 발견하였단다. 아니나 다를까, 경은이가 중학교 가서도 공부 열심히 해서, 외고같은 좋은 고등학교에 갔구나.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열심히해서 수시에서 아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축하를 해주고 싶구나. 그리고 대학교가면 열심히 공부해서, 꼭 원하는 직업 혹은 원하는 꿈을 이루길 기원한단다.

그리고 경은이가 말한대로 대학교에 가서는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꼭 나가서 너의 경험과 시야를 넓히기를 꼭 권해주고 싶구나. 사실 한국에서의 삶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 같은 삶이라고 생각이 든단다. 물론 그런 생활도 해볼만 하지만, 가능하면 넓은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최종적으로 경은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단다.

킴스하우스는 예전에 있던 곳에서 약 3년 전에 조금더 큰길 쪽으로 이사를 왔단다. 마파야파는 사실 좀 안쪽에 있었지. 그래서 산책도 많이 할 수 있고 조용했지만, 지금은 큰길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시끄러운 편이고 걸어다니기에도 좀 불편하지만, 쇼핑몰 가는 것은 조금 수월한 편이 되었지. 사실 매 방학마다 초등 4,5,6학년들이 벌써 10년이 넘게 오고 있으니깐.. 교수님은 항상 똑같은 영화를 보고 또 찍고 있단다.

물론 이 야이들은... 경은이처럼.. 계속 나이를 먹겠지만, 나는 항상 초등생만 보고 살고 있단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고 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일이라서.. 건강도 많이 나뻐진 상태이구. 그래서 얼마나 이 이일을 할지는 잘 모르겠구나. 그래도 킴스하우스에서 공부하고 간 학생들이 경은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는 모습을 보고, 나름 보람도 느끼고, 지금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더 잘 가르쳐 주어야 겠다라는 다짐도 한단다.

곧 갔다올 해외여행도 즐겁게 갔다오고, 내년에 다니게될 대학교도 즐겁고 알차게 다니길 기원해 본단다. 이렇게 소식 알려준 경은이에게 너무 고맙고, 늘 건강하기 바란다. 경은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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